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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지은이 | 이제하
페이지 | 244쪽
가 격 | 13,800원

 
 


 
 

“예술이고 나발이고
좀 있으면 꽃들도 온통 흐드러질 것 아닌가.
견디자. 제발 견디자, 마음아.”

 
 
 

이제하의 첫 그림 산문집
2011년부터 최근까지 페이스북에 쓴 글을 묶다 
 

1937년에 태어나 올해 희수(喜壽)를 맞은 작가 이제하. 그는 거의 매일 페이스북에 글을 쓰고 그림을 올린다. 그러면 ‘페친’ 2260명은 그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공감의 댓글을 쓴다. 그만큼 작가가 관심 갖는 분야가 다양하고, 그 시선 또한 깊고 예리하며 따뜻하다. 작가는 이렇게 2011년부터 최근까지 페이스북에서 페친들과 소통해온 길고 짧은 글들을 모아서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바로 이 책 《모란, 동백》으로, 등단 이후 57년 만의 첫 산문집이다. 
 

문단의 어른으로서 문학, 미술, 영화, 음악 등의 장르를 넘나들며 꾸준히 활동해온 전방위 작가로서 뒤늦은 산문집 출간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목소리를 독자에게 직접 들려주는 산문보다 상징과 비유 등을 통한 소설, 시 등의 장르에 천착해온 때문이기도 하다. 창작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먼 길을 걸어 지금에 이른 작가, 그런 만큼 이 책에서는 깊은 통찰력과 폭넓은 사유, 그리고 삶과 인간에 대한 웅숭깊은 시선을 느낄 수 있다.
 
 
 
 


 
 

‘글과 그림이라는 연장으로 인생을 조각’하는 작가,
불화하는 세상에서도 희망을 보려 노력하다 
 
 

“밤길, 밤의 나무, 밤의 자매, 그리고 짙은 코발트블루의 세상…

그런 세계를 꿈꾼 지 어언 몇십 년.

그리고 오늘도 나는 나그네가 되어 갈림길 앞에 서 있다.” 
 
 

2011년 4월, 작가는 페이스북에 이렇게 첫 글을 남긴다. 그리고 4년 남짓, 일기를 쓰듯 거의 매일 글을 써오고 있다. 때로는 목소리를 높이고, 때로는 회한에 잠기고, 또 때로는 담담하게 일상과 예술을 이야기하면서. 1957년 <신태양>에 소설 <황색 강아지>가 당선되고, 1957년부터 1958년까지 <현대문학>에 시를 투고하여 서정주 선생의 추천을 받고, 1961년에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손>이 입선되어 전방위 예술가로서의 탄생을 알린 이후 작가는 소설가이자 시인, 화가, 가객으로서 어딘가에 소속되거나 편입되지 않고 문단의 아웃사이더로서 끊임없이 변신을 거듭하고 스스로를 담금질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그런 작가에게 페이스북은 또 다른 세계로 향하는 갈림길이자 또 다른 글쓰기 창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작가의 말’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사람과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창을 통해 본 세상은 결코 평온하거나 화해롭지 않았다. 여전히 좌우 당쟁을 일삼는 정치판은 월악 산간의 짙은 안개보다 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고, 모 잡지에 소설을 연재하려다 거부당한 사건을 비롯하여 나눠 먹기 식 문학상, 베스트셀러라는 미명하에 팔리는 소설들의 가벼움, 상식 이하의 영화가 천만 명을 동원하는 현실 등 어느 것 하나 조화로운 것이 없었다. 특히 올해 일어난 세월호 사고는 작가에게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겼다. 작가는 스러져간 어린 목숨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러한 상황을 만든 정부와 사회에 대한 비판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글과 그림으로 강력하게 항의를 한다. 
 

이처럼 노작가가 보는 세상은 불화하고 삐걱거렸지만, 그럼에도 좌절하지 않고, 또한 좌절 속에서도 희망을 보려 노력했다. 
 

한 페친은 작가를 “글과 그림이라는 연장으로 인생을 조각하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맞다. 작가는 예전에는 ‘환상적 리얼리즘’ ‘광기의 미학’으로 불리는 글쓰기를 하며 새로운 세상을 앞서 알렸다면, 지금은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좀더 친근하고 다정하게 우리 주위의 사람들과 현실에 따뜻한 눈길을 보내며 그것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다.

  
 
 
 


 
노래 ‘모란 동백’이 나오기까지 
 

작가는 1998년, 즉 환갑의 나이에 <빈 들판>이라는 CD를 발표하면서 가수로 ‘데뷔’했다. 이 음반에는 총 10곡이 들어 있었는데,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이라는 노래도 그중 하나였다. 이후 가수 조영남 씨가 ‘모란 동백’이라는 노래로 리메이크해서 유명해졌는데, 원래 작가가 곡을 쓰고 1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콘서트를 하고 직접 노래를 불렀다. 《모란, 동백》에는 어떻게 이 노래를 만들게 되었는지가 자세히 나와 왔다. 지인들이 작가의 환갑 기념으로 CD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랴부랴 곡과 가사를 쓰게 되었는데, 평소 김영랑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좋아하고 ‘선구자’를 작곡한 조두남 선생의 ‘또 한 송이의 나의 모란’을 좋아해서 그것들을 모아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이라는 하나의 노래가 탄생하게 되었다. 작가는 이 노래를 ‘찢어지게 가난한 이 나라에서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면서 예술로 일생을 보낸’ 조두남 선생에 대한 ‘오마주’라고 말한다. 
 
 

“왜 노래를 좋아하는가고 따지는 일은 어리석다. 좋아할 정도면 됐지 어째서 수퉁맞게 그 흉내까지 내느냐고 시비를 걸면 할 말이 있을 리 없지만, 솔직히 나는 스트레스 때문에 되든 안 되든 가끔 노래를 불러 본다. 원고가 막히고, 싼 원고료에 울화통이 치밀고, 산다는 일이 지랄 같게만 여겨지고 이도저도 지겨워 미친 듯한 기분이라도 들 때면 가만 앉아 배길 수가 없는 것이다. …백 마디 말의 지혜보다 작은 멜로디 한 자락이 더욱 효과 있고 지혜롭다는 것은 귀 가진 사람이면 저절로 터득하게 되는 진실이다. 그리고 모든 노래의 근원이 침묵이라는 것도 모두가 알고 있다.”(145-146쪽) 
 
 

 


  

| 이 책의 내용 
 

이 책은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노랑 재킷의 소녀’는 비교적 짧은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 부조리한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 순백의 이미지로서의 빨래, 세월호 아이들에 대한 슬픔과 분노 등. 특히 ‘영춘교 아래서 피안을 엿보다’는 얼마 전 올갱이를 잡으러 갔다가 강물에 빠져 몇 시간 동안 의식을 잃고 헤매던 당시의 일을 기록한다. 작가는 잠깐이나마 저세상을 보고 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작가가 본 저세상은 어땠을까. “아무것도 없었다. 희푸른 합지의 평면만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을 뿐 천국도 지옥도 없었다. 뭉크가 즐겨 그렸던 나락에는 그나마 어딘가로 흘러간다는 리듬이라도 있다. 여기서는 그저 밋밋한 한 장의 합지 평면뿐.” 그러면서 세월호에 갇혀 죽은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자신이 살아난 것을 누구에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씁쓸한 감회에 잠긴다. 
 

2장 ‘나의 청춘 마리안느’는 오랫동안 대학로 인근에 문을 열어두고 있는 ‘카페 마리안느’라는 이름을 어떻게 짓게 되었는지와 그 이름을 있게 한 가수 마리안느 페이스풀에 대한 추억, 평생을 함께한 담배와 술과 벙거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려 한동안 머물렀던 통영에서의 씁쓸한 기억, 오랫동안 붙박여 살았지만 최근에야 새롭게 깨닫게 된 서울의 새로운 모습 등을 이야기한다. 
 

3장 ‘그림의 행방’은 그림과 노래에 관한 이야기다. 특히 ‘모란 동백’이라는 노래를 어떻게 만들고 노래까지 부르게 되었는지를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 이야기와 함께 들려준다. 또한 화가로서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게 된 이유와 그것을 팔게 된 사연, 유랑화가 한상애와 독보적 일러스트레이터였던 임동은의 마지막 이야기를 들려준다. 
 

4장 ‘누가 소설을 못 쓰게 하는가’는 모 잡지에 소설 연재 중단을 둘러싸고 벌어진 해프닝과 스승인 서정주 선생을 기억하고, 문지 시인선에 시인들의 얼굴을 그리면서 겪은 얼굴과 이미지와 관련된 고민 등을 풀어놓는다. 또한 문학상 운영을 둘러싼 잡음과 작가 오정희와 이양지에 대한 일화 등도 들려준다.
 
 
 

 


| 추천의 글 
 

선생님 초대 자리에 가면 정갈한 음식이 늘 넘쳐난다. 무엇을 하든 지성이신, 그러나 마음 안 가는 일은 절대 안 하시고 못하시는 선생님. 이 책은 좋은 것들을 친구들과 고스란히 공유하고자 하는 열정의 소산이다. 문학과 음악과 그림과 영화, 그리고 실제 삶의 풍경들에서 선생님께 깊숙이 와 닿았던 빛의 순간들이 생생하고 진진하게 전해진다. 아, 선생님이 추구하시는 사랑과 평화, 그리고 자유! 선생님은 영혼이나마 히피인 ‘친구들’의 아름다운 족장이다. 

-황인숙(시인) 
 
 

조영남이 부르는 ‘모란 동백’을 소설가 이제하 선생이 작사·작곡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98년에 나온 시집 《빈 들판》의 초판에는 덤으로 시디가 한 장 끼여 있었는데, 여기에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노래였다. ‘모란 동백’은 역시 이 음반으로 들어야 제맛이다. 경상도 출신의 피해 갈 수 없는 독특한 억양 때문이다. 선생의 기타 반주 하나로 듣는 노래 가사가 내 귀에는 이렇게 들린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퍼라 나 어너 변방에 뜨돌다 뜨돌다 어너 나무 그널에 고요히 고요히 잠던다 해도 또 한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선생은 여전히 ‘청춘’이다. 그의 소설에 깔려 있는 회화적인 이미지의 삼삼한 매력은 누구와도 견줄 수 없다. 평생 예술계의 변방에 있고자 하는 선생이 실은 나무의 체관부 같은 중심이 아니던가. 
-안도현(시인•우석대 교수)
 
 

 

 


 
 

| 저자 소개 – 이제하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으며, 홍익대 조소과와 서양화과에서 수학했다. <현대문학> <신태양> <한국일보> 등을 통해 시와 소설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소설집 《초식》 《기차, 기선, 바다, 하늘》 《용》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독충》 《코》 등과 장편소설 《열망》 《소녀 유자》 《진눈깨비 결혼》 《능라도에서 생긴 일》, 시집 《저 어둠 속 등빛들을 느끼듯이》 《빈 들판》, 영화 칼럼집 《이제하의 시네마 천국》 《괴짜들, 짱구들, 젊은 영화들》, CD <이제하 노래 모음> 등이 있다. 이상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편운문학상, 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5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 저자의 말 

사람들끼리 만나는 장소가 어디인지를 나는 잘 모른다. 지상의 오직한 사람에게 제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만나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이웃을 이해하고 가슴을 열기 위해 찾아다닌다는 사람도 있다. 공원이든 광장이든 혹은 외롭게 홀로 읊조리는 독백의 장소든 어쨌든 타인과 한치라도 가까워지기 위해 그럴 것이다. 여기 모은 글과 그림들은 2011년부터 2014년 사이 사이버 공간 ‘페이스북’에 포스팅한 것들에서 고른 것인데, 물론 그 갈망의 소산들일 것이다.